2시간이라는 시간을 순삭한 핀치, 톰행크스의 눈빛에 사로잡혀 <통행크스 영화 정주행>을 하게 만들었다. 잊고 있었던 명품 배우, 오랫만에 나이가 부쩍 든 그의 모습에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꼈다.
왕좌의 게임의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했다고 알려진 감독, 묘한 절제와 유머를 드라마 속에 잘 버무린 그의 연출이 기대가 되어 찾아봤지만 <미구엘 사포크닉> 영국 드라마 연출가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었다.
오존이 사라진 지구, 70도에 육박하는 온도, 팝콘까지 튀길 수 있는 강한 햇빛과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타버리는 피부까지,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홀로 살아가는 과학자 핀치와 그의 유일한 친구들 굿이어, 제프, 듀이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빼고, 오직 함께있는 그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급박한 환경의 변화로 오직 72%의 데이터만 전송받은 제프의 완벽하지 못함에서 감정이 이입되고, 오래 같이 지낸 듀이의 상황이 세상 속상해지는 영화.
톰행크스가 아니였으면 영화는 매우 평범했을 거다는 평부터 잔잔해서 지루하다는 평까지 나온 영화였다. 하지만, 나에겐 오랫만에 마음 편안히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긴장을 놓지 못하는 재난 상황이 간간히 긴장감을 높이지만, 핀치와 말썽쟁이 (우리네 5살 어린아이같은) 로봇 제프와의 동거로 생기는 헤프닝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자극적 스토리>를 위해 양산되는 최신 작품들의 도덕적 경계선이 없는 <잔혹함>과 <살육>이 없어서 좋았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액션물과 재난물, 선정적인 현대물을 보면 점점 귀가 따갑고 마음이 소란스런 기분이 든다. 그런 작품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황폐한 지구, 더듬더듬 말을 시작하는 그가 너무 기특한 핀치.
걸음마부터 가르치는 핀치와 곧 잘 따라하는 어린아이같은 제프.
비장한 모습으로 떠나는 4인 가족의 모습이 "절박한 사정" 마져도 잊을 정도로 유쾌하다.
굉장한 블록버스터, 오감짜릿의 재난 영화를 찾는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핀치는 잔잔한 재난영화로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열린 결말이 있는 호불호 강한 톰행크스의 모노드라마이다. 다시 말하지만 갈수록 잔혹해지는 액션물과 재난물, 선정적인 현대물을 보며 잔혹함에 물들고 싶지 않고, 소란스런 그런 작품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 이 영화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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